책소개
1975년 발표된 희곡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은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으며 폴란드, 프랑스, 스위스, 슬로바키아, 체코 등에서 상연되기도 했다. 1986년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은 류보미르 시모비치에게 당시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훌륭한 극작가에게 수여하던 문학상인 ‘스테리야 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1988년 같은 시기에 구 유고슬라비아의 10개 주요 도시의 무대에 오르면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은 지금도 여전히 세르비아의 국립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이며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우지체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85년 세르비아의 유명 연출가인 데얀 미야치에 의해 유고 국립극장에서 선보였다. 당시 베오그라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던 ‘유고슬라비아 극단’에 의해 초연되었는데 2막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하루 동안 우지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곳 시민들과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단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독일군들이 세르비아 우지체를 점령했을 당시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이 마을로 찾아와 우지체 시민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한다. 당장 먹고살기에도 힘든 시기였던지라 시민들은 유랑 극단에 냉담하기만 하다. 심지어 마을 여자들은 화려한 차림의 배우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까지 벌이는 등 극단 단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결국 연극은 상연되지 못한 채 배우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두 주인공 바실리예와 필립의 대화에서 ‘연극이라는 것이 이상과 환상만을 추구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생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일면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인생과 사유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사실상 시모비치의 작품 세계와 사상을 대변하고 있다. 시모비치의 작품에는 언제나 꿈을 좇는 이상주의적 염원이 나타난다. 어떤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이상은 등장인물들의 면면에 드러나 있다.
200자평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하루 동안 세르비아의 우지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곳 시민들과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 단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희곡. 전쟁으로 대변되는 현실의 어떤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연극이라고 하는 꿈과 이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지은이
류보미르 시모비치(Ljubomir Simović, 1935∼)는 1935년 세르비아의 작은 도시 우지체에서 출생했으며 1954년 베오그라드 국립대학교 문과대학을 졸업했다. 1961년부터 1963년까지 베오그라드의 문예지 ≪조망≫의 편집장을 지냈다. 반세기가 넘는 시기 동안 활발한 집필 활동을 한 그의 목표는 인간의 운명과 삶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은 고뇌에 있다. 그는 언제나 ‘꿈’과 ‘현실’이라는 양분된 상관관계 속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1958년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한 시모비치는 주옥같은 시들을 발표하면서 명실공히 세르비아 최고의 시인 중 한 사람으로 문학사에 기록되고 있다. 그가 시인으로 등단한 지 10년째 되는 1968년 ‘조르제 요바노비치 상’, ‘이시도라 세쿨리치 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성뿐 아니라 대중들의 인기도 한 몸에 받게 된다. 왕성한 시작 활동과 더불어 세 편의 희곡(<하사나기니차>, <샤르간의 기적>, <쇼팔로비치 유랑 극단>)과 한 편의 TV 드라마(<코소보 전투>)도 발표했는데 모두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옮긴이
김지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를 졸업했으며 베오그라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교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한 책으로는 ≪세계의 소설가≫, ≪세계의 시문학≫, ≪세계 연극의 이해≫, ≪히치하이킹 게임≫, ≪드리나 강의 다리≫,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등이 있으며 ≪이청준 단편선≫, ≪오정희 소설선≫, ≪천상병 시선≫, ≪황순원 단편선≫ 등을 세르비아에서 출판하는 등 우리 문학을 유럽 지역에 알리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드로바츠: 제때에 알지 못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큰일이 되지!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늦었어!
소피야: 결코 늦는 법은 없어!
…
소피야: 잠깐! …이 눈꽃을 가지고 가! 널 환히 비춰줄지 모르니까….
…
심카: 이제 어디로 가나요?
바실리예: 50미터만 더 가면 우리는 아마 영국 땅에 있겠죠! 5분만 지나면 우린 16세기에 도달할 거예요!